[굿모닝 대사님] “싱가포르 이민정책 완급 조절 중…한국과 투자·서비스 교류확대 기대”

‘조기 총선’이란 카드를 꺼내든 리셴룽 총리의 판단이 주효한 것일까.

지난 11일 치러진 싱가포르의 총선은 야당이 선전할 것이란 관측을 완전히 빗겨갔다. 리셴룽 총리가 이끄는 정부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은 70%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지난 2011년 PAP의 득표율은 사상 최저치인 60%를 기록했다. 비싼 생활비와 소득불균형, 이민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등이 정부의 실책으로 거론됐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당이 정권을 유지하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정치·경제·사회적인 문제들이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50년 가까이 인민행동당의 독주 체제였던 싱가포르 정치권에도 변화가 생겼다. 노동당 등 야권은 사상 처음으로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낼만큼 공세가 매서웠다.

 입 웨이 키엣 주한싱가포르대사 /이덕훈 기자
▲ 입 웨이 키엣 주한싱가포르대사 /이덕훈 기자

조선비즈가 입(Yip) 웨이 키엣 주한싱가포르 대사를 서울 중구 대사관에서 만나, 싱가포르의 경제·사회 현안에 대해 물었다.

―11일 조기총선의 주요 쟁점은 비싼 생활비와 소득불균형, 이민정책 등과 관련한 정부의 실책이었다. 비판의 주된 근거는 무엇이고, 싱가포르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물가상승률 자체는 연 2% 이내로 높지 않지만, 생활비가 비싸다고 느끼는 원인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우선 주택 부족 문제다. 싱가포르 주민의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하는데, 국영 건설업체가 지은 집을 정부로부터 직접 구입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조건의 민간주택과 비교하면 가격이 40% 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주택 공급량이 충분치 않았고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올랐다.

두 번째는 교통 문제다. 싱가포르 정부는 연간 신규 자동차 등록 건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자동차 등록증은 경매를 통해 비싸게 거래된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산타페를 한국에서 구입할 때 4만달러가 든다고 하면, 싱가포르는 자동차 등록 비용까지 합해 12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도 항상 만원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이민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현재 싱가포르의 인구는 550만명 정도인데, 이중 320만명이 싱가포르 국민이다. 미국의 드림카드 같은 영주권을 보유한 인구까지 합하면 380만명 정도다. 외국 인구가 170만명으로, 전체 주민의 30%를 차지한다.

싱가포르의 출산률은 1인당 1.2명에 불과하다. 노동력 부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선 능력 있는 외국인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11년(정부 여당인 국민행동당의 득표율이 급락하기 전)까지 정부가 유화적인 이민정책을 시행하면서 외국인 인구가 빠르게 늘었다. 그 결과로 대중교통, 병원, 학교 등 공공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원주민과 이민자간 사회적인 통합 문제도 있다. 언어나 문화가 다른 이민자들과 융합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2011년 선거를 기점으로 정부는 이민자에게 영주권을 부과하는 건수를 조절하기 사작했다. 주택 공급량을 늘렸고, 대중교통을 확충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한몫하지 않았나. 지난달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5%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처럼 싱가포르 경제도 대외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14년 싱가포르의 교역액은 9827억싱가포르달러(약 824조원)로,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3900억싱가포르달러)의 2.5배다. 싱가포르의 주요 수출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등, 전 세계의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한 영향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주요 수출시장은 중국(12.4%), 말레이시아(11.3%), 유럽연합(9.8%), 미국(7.4%), 인도네시아(7.5%)순이다. 한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수출시장 다변화는 (경제적인)위험을 줄여줄 뿐 전 세계 경제가 침체한 데서 오는 위험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한국과 싱가포르간 관계는 어떤가. 두 나라의 공통적인 현안은 무엇인가.

“한국과 싱가포르는 올해로 수교 40주년을 맞았다. 가장 중요한 협력 분야는 경제다. 지난 2006년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로 양국간 교역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한국은 싱가포르에게 8번째로 큰 수출시장이고, 싱가포르는 한국의 5위 수출시장이다. 2014년 말 기준 양국간 교역액은 380억달러(약 45조원)다.

한·싱가포르 FTA가 발효된 이후 한국은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했다. 중간점검이 필요한 때다. 기본적으로 싱가포르는 개방경제이고 관세도 거의 없기 때문에 상품 교역보다 서비스 분야와 투자 활성화에 관심이 많다. 한국과 싱가포르간 투자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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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투자처로서 어떤 매력을 갖고 있나.

“싱가포르는 시장이 작기 때문에 상품 수출시장으로서 경쟁하기보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아시아 지역의 거점이 되려고 한다. 싱가포르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계절적 특성이나 인구 구성은 비슷하지만, 금융이나 법률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다. 생산비용이 저렴한 인도네시아 등에 시설을 짓되 싱가포르에 아시아 본사를 두거나, 동남아시아에 판매할 신제품을 개발하고 미리 선보일 테스트베드로 싱가포르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1400곳이 넘는 한국 기업이 싱가포르의 영업허가를 받았다. 싱가포르는 한국 건설업체들에겐 중동 다음으로 큰 시장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무역, 금융 중심지를 지향한다는 점에선 홍콩과 경쟁관계인 것 아닌가.

“홍콩과는 역할이 조금 다르다. 홍콩은 중국 본토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홍콩 경제는 중국 경제와 밀접하게 움직인다. 싱가포르도 중국 경제와 가깝게 연결돼 있지만, 중국보다는 동남아시아로 가는 길목 역할을 한다.

홍콩은 서비스 산업 중심이기 때문에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다. 반면 싱가포르는 GDP의 20%가 제조업에서 창출되고, 싱가포르 정부는 이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쓰고 있다. 전자부품과 제약, 바이오 등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주요 원유 거래 중심지이고, 규모 면에서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정유시설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는 산유국은 아니지만, 정유·화학제품을 수출한다.”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투자회사인 테마섹은 활발한 투자활동과 높은 수익률로 유명하다. GIC는 정부의 외환보유액과 잉여자금, 국채 매각대금 등을 활용해 2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굴린다. 테마섹은 싱가포르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국영 투자기관이다.

입 대사는 “정부는 GIC나 테마섹의 투자 결정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투자전문가들에게 완전히 일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최근 홈플러스 인수를 인수한 MBK파트너스의 컨소시엄에 테마섹도 참여했는데, 정부 쪽에선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며 투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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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in: 싱가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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